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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Korea Forum 뉴스레터] [제1호]ESG는 시대정신…ESG시민과 ESG사회의 탄생이 관건
작성자 : TI-Korea(ti@ti.or.kr)  작성일 : 2021-09-30   조회수 : 1244


 

  2020.09.30.제1호

 



 

ESG는 시대정신ESG시민과 ESG사회의 탄생이 관건

 

                                            안치용 ESG연구소장 

 

요즘 주목받는 뉴스 키워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것을 빼고는 아마 ESG일 것이다. 포털에 ESG를 입력하면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이란 설명이 나오며 투자와 연관지어 설명한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다.

 

ESG열풍은 실제로 열풍(熱風)이며 일시적 유행이나 자본시장의 지배적 투자경향을 넘어서 새로운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내 진단이다. 요약하면 ESG가 투자영역에서 시작된 것은 맞지만, 투자영역에서 시작된 ESG가 일종의 미러링 방식으로 기업경영에 급속하게 반영된 뒤 시민생활과 사회 영역 전반으로 확산되며 불가역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ESG투자(자본시장)ESG경영(경제ㆍ산업계)ESG사회(시장ㆍ공공ㆍ시민사회)의 발전이 목격되고 있으며, 이 세 개의 흐름은 시차를 두고 흐르기 시작했지만, 함께 그리고 도도하게 흐르면서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국내외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ESG는 어느날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진 것이 아니다

 

ESG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보니 요즘 사람들부터 관련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중 몇 개의 질문은 공통적이다. “ESG가 무엇이냐하는 질문은 당연하겠고, “이 흐름이 얼마나 가겠느냐는 질문이 자주 나오는데 이 질문에 대해선 이미 불가역적 변화라고 모두에 답변을 적었다. 또 자주 나오는 질문이 왜 갑자기 ESG가 각광을 받느냐이다. 사실 ESG 전문가 사이에서 왜 지금이냐는 논란거리였다. 우리 사이의 논란은, 정확하게 말해 논란이라기보다 만시지탄과 당혹감이 뒤섞인 환영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ESG를 설명하는 글에 꼭 등장하는 게 조금 시기가 올라가면 2004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금융이니셔티브(FI)이고, 최근으론 2020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이다. ESG라는 용어를 공식화한 게 2004UNEP FI이고, 세계적 흐름의 도화선이 2020년 블랙록의 래리 핑크가 연례서한에서 ESG투자를 선언한 것임은 맞다. 하지만 FI와 래리 핑크에 전적으로 ESG 저작권을 귀속한다면 사실관계에서 오해가 생길뿐더러 이 흐름의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

 

ESG는 당연히 그 자체로는 자본시장과 관련한 투자용어이다. 투자에 국한한다 하여도 ESG의 연원은 적잖게 과거로 올라간다. 옛날엔 정확하게 ESG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내용상 ESG란 개념을 쓰면서 ESG와 쌍으로 붙어 다닌 사회책임투자(SRI)의 역사는 더 깊다.

 

사회책임투자의 시원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 목사인데, 일찍이 1760년에 돈의 사용법(The use of money)’이라는 유명한 설교를 통해 사회책임투자의 개념을 제시했다.

자본주의 태동기에 내려진 사회책임투자에 관한 웨슬리 목사의 정의는 종교적이었고, 그런 종교적인 전통을 이어받은 세계 최초의 사회책임 뮤추얼펀드 파이어니어 펀드(Pioneer Fund)’1928년에 나타났으며, 1971년에는 현대적 의미에서 최초의 사회책임투자 펀드라고 할 팍스 월드 펀드가 출범했다.

 

사회책임투자의 이러한 선구자들을 거쳐 자본시장에 사회책임투자 규모가 점차 늘어나고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비중이 확대되다가 마침내 2020년 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가 연례서한에서 ESG투자를 천명하게 된다. 사회책임투자가 명실상부하게 자본시장의 주류로 자리를 잡는 장면이다.

 

이때의 사회책임투자는 한 마디로 ESG투자이다. 사회책임투자에서 비()재무성과를 검토하는 기준으로 도입된 것이 ESG이다. 재무적 성과 외에 환경ㆍ사회ㆍ거버넌스 측면의 성과를 살펴보겠다는 발상이다. ESG 전에는 SEE라는 기준이 있었다. SEE의 앞 두 가지는 ESG와 마찬가지로 사회와 환경이고 나머지 E는 윤리(Ethics)를 말한다. SEEESG로 이행하며 윤리거버넌스로 바뀌었다.

 

ESG는 단순한 투자개념이 아니다

 

사회책임투자와 별개로 기업경영에서 사회책임경영이라고 하는 흐름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흔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용어로 포괄되는 이 흐름은, 경영학에서 통상 1953년을 시점으로 삼는다. 굳이 구분하자면 이해관계자를 경영의 중심에 놓는 방법론을 사회책임경영, 경제ㆍ환경ㆍ사회성과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방법론을 지속가능경영이라고 한다. 지속가능경영은 1987UN의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제시한 지속가능발전 혹은 지속가능성이 CSR과 합체한 개념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경제ㆍ환경ㆍ사회성과는 재무성과와 비()재무성과를 종합한 개념으로, 결국 비재무성과에 해당하는 환경ㆍ사회성과에 거버넌스가 추가돼 ESG로 연결된다. 이렇듯 ESG는 일종의 성과개념이다. 투자할 때는 투자결정을 위해, 경영할 때는 재무와 비재무성과를 포괄적으로 아우르기 위해 사용하는 지표이다.

 

대체로 자본주의 내에서 작동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지만, 더 나은 세상 혹은 대안적 질서를 모색하는 가치에너지가 CSR, 지속가능발전, 사회책임경영, ISO26000(사회책임에 관한 국제 표준), MDGs(새천년발전목표)SDGs(지속가능발전목표) 등으로 이어지며 오랫동안 축적된 가운데 ESG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기후위기가 본격화하였고 파리기후협약 등 본격화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인류의 움직임 또한 가시화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도래하고 4차산업혁명의 파고까지 덮치면서 ESG시대는 불가피하고 불가역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자본시장과 기업경영을 넘어서 사회 전 분야의 변화를 만들어낼 시대의 확고한 변곡점으로 ESG가 급격하게 부상하는 중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ESG는 단순히 투자용어가 아니라 인류가 반세기 이상 모색한 대안적 세계질서를 대표하는, 우연찮기도 하고 하필 이 단어인가 하는 마땅찮음도 개입하는, 시대정신을 표상하는 용어이다.

 

ESG를 통해 다른 사회가 시작되었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인류문명, 사회 경로에 대한 (급진적인 사람들에겐 미진하게 느껴질) 침로이다. ESG투자와 ESG경영은 더 촉진되어야 한다. 그러한 촉진을 통해 사회 전체로서 ESG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며, 여기에는 ESG소비자가 필수적이다.

 

자본주의 속성상 ESG투자는 저절로 굴러가며 확대될 것이다. ESG열풍을 인화한 블랙록이 과거 석탄 발전에 투자해 돈을 벌다가 최근 탈석탄 움직임을 보인 모습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비재무성과가 재무성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자본시장의 변화는 더 가팔라질 것이다.

 

문제는 ESG경영이다. CSR이 마케팅용으로 쓰이고 그린 워싱이 적잖았던 과거의 모습과 유사하게 현재 ESG 없는 ESG경영이 만연한 상태이며, 적정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그러한 상태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투자ESG를 제대로 작동하게 하고, 경영ESG를 명실상부하게 만드는 힘은 결국 ESG소비자가 ESG시민으로 거듭남으로써 가능하다. 우연찮게 혹은 어렵사리 도달한 ESG 변곡점에서 이것을 혁명으로 만들지 자본주의의 또 다른 적응체계로 격하할지는 전적으로 ESG시민의 탄생에 달려 있다. 사회변화의 핵심은 시장의 변화이며 수익률이 아니고는 변하려고 하지 않는 시장의 변화를 끌어내는 힘이다. ESG시민이 ESG사회를 강제해 시장의 변화를 불가피한 것으로 만들 때 포스트 코로나ㆍ기후위기 시대의 전환 가능성은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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