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명성기구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

자료실

Transparency International-Korea

게시물 상세
[TI-Korea Forum 뉴스레터] [제1호]기업 반부패 인증, 쟁점과 과제
작성자 : TI-Korea(ti@ti.or.kr)  작성일 : 2021-09-30   조회수 : 1842


  2021.09.30.제1호

  [국내뉴스]


 

 

'기업 반부패 인증, 쟁점과 과제'

 

이은경 실장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IMF가 몇해 전 발표한 ‘부패: 비용과 경감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매년 2조 달러에 이르는 뇌물이 오가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세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EU 반부패 보고서’에서는 EU 경제가 매년 부패로 약 1,200억 유로의 손실을 입는다고 밝혔다. EU의 연간 예산이 약 1,400억 유로임을 고려했을 때, 부패가 국가 및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발생시키고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심각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부패는 시장경제의 왜곡을 낳을 뿐 아니라 기업의 운영 비용을 증가시키며, 거래 불확실성을 가져오는 등 기업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부패의 위험과 해악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국제사회는 다방면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 국제기구 및 많은 국가가 반부패 협약과 법률을 제정 및 강화하고, 그 적용대상을 민간부문과 해외기업에까지 확대하고 있다. 공공-민간의 부패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국경을 넘어선 부패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의지가 커지고 있으며, 이는 산업계 전반과 기업의 사업 운영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반부패 법·규제 강화 흐름과 더불어, 기업의 형사 책임 및 리더십의 관리 감독과 제3자 관리에 대한 책임이 증대됨에 따라, 기업은 점점 더 높은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요구 받고 있으며, 처벌 시 이를 면책 요건에 고려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에 따라 반부패 경영시스템에 관한ISO 인증을 받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 간ISO 37001(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37301 (준법경영시스템) 등을 중심으로 인증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세계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 현황 분석을 보면, 한국의 ISO 37001 인증 기업 수는 전세계 3위이고, 인증 기관 수도 전세계의 1/3로 많은 편에 속한다.

 

특히, 컴플라이언스 대응이 필요한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는 부패 리스크가 높은 섹터로 분류되는 헬스케어 산업이다. 한국 제약업계 역시 ISO 반부패경영시스템 인증이 두드러지며 지난 몇 년간 업계의 자정노력이 계속되어 오고 있다. 인증을 통해 기업의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의 정착 및 고위리더십의 지원과 부패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1]

 

지난 몇 년간 공기업, 공공기관들도 인증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계기로 공기업 등의 윤리경영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윤리준법경영지침 등을 마련하고, 2022년 국가청렴도(CPI) 20위권대 진입과 투명한 경영환경 조성을 위해 ‘윤리준법경영 확산 및 인증제 도입’을 하겠다고 밝혔다. 8월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6개 공기업이 권익위와 업무협약을 맺고, 윤리준법경영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고, ‘윤리준법경영 인증’ 시범운영에 참여하기로 했다. 추후 사기업 인증으로까지 이어져 인증이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기업 반부패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인증이 준법윤리경영시스템과 문화를 완전히 보증하는 것은 아니며 인증 이후, 부패 사건·사고 발생은, 오히려 주주,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와 감독 당국을 기만하는 행위로 여겨져 더 큰 리스크 혹은 인증 효과의 반감을 가져온다. 한 예로, 압도적으로 많은 기업 반부패경영시스템 인증 수를 보유한 이탈리아의 최대 에너지기업인 ENI는 인증 직후, CEO의 검찰 기소로 부실 인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으며, 국내에서도 인증기관의 이해상충과 인증의 실효성, 신뢰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기도 했다.

 

따라서 기업은 인증을 활용하되,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실사 및 리스크 평가를 통해 ‘그에 비례하는 적절한’ 반부패 정책과 방침을 갖춰 나가고, 사업 파트너로부터 발생되는 심각하고 잠재적인 부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상당한 주의 및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 해외 부패방지법(FCPA)의 집행 사례 중, 공개된 건수의 89%가 제3자 파트너와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있으며, 파트너의 부패 행위 및 연루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더불어, 고위 경영진의 지속적인 지원과 감독, 핵심성과지표(KPI) 연계, 기업 내 제재와 인센티브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최근 몇 년 간 국내외 가장 큰 화두인 ESG 투자에서도 기업 반부패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으며,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의 800여명의 기업인 대상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ESG 투자에 있어 가장 크게 고려하는 이슈로 반부패를 꼽기도 했다.[2] 뿐만 아니라, 노르웨이은행 투자운영회(NBIM), 스웨덴 국가연금펀드 등 글로벌 투자자들은 투자기업의 윤리 평가, 부패 발생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주주총회 안건 상정, 기업 이사회와 대화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요구하거나, 개선이 이루어 지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 철회 권고나 제한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부패 이슈는 인권, 안전, 환경 등 ESG 리스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전사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최근 EU 공급망 실사의무화법, 영국과 호주의 현대판 노예방지법(Modern Slavery Act) 등 인권실사의무화와 공시에 대한 규제 흐름 역시 더욱 강화되는 추세이며, 국제사회에서는 인권과 부패 이슈를 연결해 컴플라이언스 대응 체계의 효율성 및 수준을 높이는 방안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기업의 정보 관리 및 공개를 통한 기업 자체의 투명성을 높이고 다양한 형태의 자율 규제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향 역시 중요하다. 반부패경영시스템 인증은 그러한 노력의 시작과 과정에 있어 유의미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신뢰받는 기업 문화를 확립하고, 동종 업계의 공동노력을 통해 상호학습 및 자정 노력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부패 리스크 관리의 실패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반부패 노력을 일회성이나 ESG 워싱으로 여기지 않도록 증명하고, 소통해 나갈 필요가 있다.

 

더욱이, COVID-19 팬데믹의 여파로 기업의 재무적 부담이 커졌을 뿐 아니라, 기업 운영 및 준법 프로그램, 조직 내부와 공급망까지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팬데믹은 비대면 감사 수행, 적절한 3자 실사를 생략한 긴급한 계약 진행, 재택 근무 등 내부 통제 환경의 약화 및 개인의 경제적 위기로 인한 부정 연루 가능성 등 산업 전반의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 이런 비즈니스 환경은, 기업이 부패 리스크를 관리하고, 더 나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겠으나, 인증을 포함 한 기업 반부패 노력의 실효성을 높이고 실질적인 반부패 문화가 조직에 내재화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한 때이기도 하다.



[1] 제약바이오산업 ISO 37001 인증사업 도입 효과 분석 연구, 한국투명성기구

[2] 2020 Responsible Investment Survey, RBC Global Asset Management

 

 

이전글 [제1호]이해충돌방지법 시행을 준비하며
다음글 [제1호]COP26: 글로벌 협상을 통한 기후행동 촉진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조회
72 [TI-Korea Forum 뉴스레터] [11호]경찰과 부패 2024-03-29 219
71 [TI-Korea Forum 뉴스레터] [11호] 쿠팡 블랙리스트와 공익제보자 보호 2024-03-29 195
70 [TI-Korea Forum 뉴스레터] [11호]오래된 미래, - 청렴옴부즈만 제도 - 2024-03-29 216
69 [TI-Korea Forum 뉴스레터] [11호]부패인식지수를 악화시키는 두 가지 요인:반부패리더십 문제와 엘리트 네트워크형 부패 2024-03-29 229
68 [TI-Korea Forum 뉴스레터] [10호]‘김영란법’과 100만원 2024-01-02 540
67 [TI-Korea Forum 뉴스레터] [10호]청렴윤리경영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KCP) - 리스크 맵핑과 조직 문화(2023 제2회 TI-Korea Forum 톺아보기 ) 2024-01-02 447
66 [TI-Korea Forum 뉴스레터] [10호]직장 내 괴롭힘: 쟁점과 과제 2024-01-02 527
65 [TI-Korea Forum 뉴스레터] [10호]한국이 투자한 국제 개발 은행의 비리와 이해충돌, 무엇이 문제인가 2024-01-02 322
64 [TI-Korea Forum 뉴스레터] [10호]대통령실과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지표가 급격히 나빠져 - 반부패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분석 - 2024-01-02 448
63 [TI-Korea Forum 뉴스레터] [9호]청렴과 문화의 힘 2023-10-06 794
62 [TI-Korea Forum 뉴스레터] [9호]내일의 희망은 오늘에 있다 2023-10-06 548
61 [TI-Korea Forum 뉴스레터] [9호]청탁금지법 금품수수 판례 동향 2023-10-06 677
60 [TI-Korea Forum 뉴스레터] [9호]연대와의 전쟁, 카르텔 간 전쟁 2023-10-06 589
59 [TI-Korea Forum 뉴스레터] [9호]부동산 백지신탁의 필요성과 방향 2023-10-06 589
58 [TI-Korea Forum 뉴스레터] [8호]한국인이 아닌 그대의 관점: 청렴성과 공무원 2023-06-30 819
57 [TI-Korea Forum 뉴스레터] [8호]한국가스안전공사 소개 및 반부패・청렴 활동 2023-06-30 823
56 [TI-Korea Forum 뉴스레터] [8호]옴부즈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 -2023 제1회 TI-Korea Forum 톺아보기 - 2023-06-30 644
55 [TI-Korea Forum 뉴스레터] [8호]공공기관 ESG 경영 흐름과 전망 2023-06-30 940
54 [TI-Korea Forum 뉴스레터] [8호]공공기관 감사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2023-06-30 749
53 [TI-Korea Forum 뉴스레터] [8호]지난 연말보다 청렴 지표 나빠져 - 반부패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분석 - 2023-06-30 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