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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Korea Forum 뉴스레터] [제4호]지구와 달, 흥망성쇠의 동반자-가상자산 Terra-Luna의 폭락사태-
작성자 : TI-Korea(ti@ti.or.kr)  작성일 : 2022-07-01   조회수 : 595

   2022.7.4.제4호

 

 

 

 

지구와 달, 흥망성쇠의 동반자

-가상자산 Terra-Luna의 폭락사태-

 

 

 

하종관(법무법인 유준 변호사)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은 태양이 없는 밤을 밝히고 바닷물을 끌어당겨 조석 간만의 차를 만들어 낸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구의 하루가 지금처럼 24시간이 된 이유도,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과 달리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가 23.5도로 안정된 까닭도, 심지어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공전 궤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마저도 모두 달 때문이라고 한다.

 

만일 지구 곁에 달이 없었다면, 지구는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자전하여 하루는 6~8시간에 불과하고 바람과 해류가 무척이나 강력해져서 날씨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급변하며, 극단적인 추위와 더위만이 교차되어 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반대로, 지구 역시 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달의 자전 속도는 지구의 중력으로 인해 느려졌고 그 결과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아진 탓에 지구에서는 달의 앞면만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지구가 당기는 힘 때문에 달의 앞면은 툭 튀어나와 그 모양이 마치 앞짱구와 같다고 한다.

 

지구와 달에 대한 무엇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지구와 달의 거리다. 지구와 달 사이에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인력이 작용하니 그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언젠가는 서로 부딪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여서 달은 매년 지구로부터 3.8cm씩 멀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 십수억 년 후에는 달이 지구를 떠나게 된다고 밝혀졌다. 달의 인력으로 만들어지는 밀물과 썰물 때문에 지구의 자전속도가 느려지고 그 반작용으로 달이 조금씩 지구로부터 밀려나게 되는 탓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렇듯 달이 지구에서 멀어져 태양계로 사라지게 되면 지구는 다시 생명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스테이블코인 테라(Terra=지구)와 그 자매 코인인 루나(Luna=)는 테라폼랩스에 의해 개발이 시작되어 2019년 가상자산의 유니버스(universe=우주)에 출시되었다. 여기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란, 이름 그대로 기존의 가상자산이 과도한 가격변동으로 인하여 화폐로서 기능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통화나 채권, 상품 등 자산을 담보로 하여 가치를 안정화한 가상자산을 말한다.

 

그런데, 테라는 여타 스테이블코인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다른 가치있는 자산을 담보로 삼지 않고, 루나를 매입하거나 판매하여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조정하는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루나는 그 시장가격에 관계 없이 테라를 항상 $1로 보아 서로 교환할 수 있는데, 루나의 소지자가 루나를 테라로 바꾸는 경우 시스템은 루나를 없애 테라를 발행하고, 반대로 테라의 소지자가 테라를 루나로 바꾼다면 테라를 없애고 루나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유통량을 조정하여 가치를 유지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예컨대, 테라의 가격이 하락하여 $0.9가 되면 사람들은 $0.9로 테라를 구입하여 이를 $1 상당의 루나로 교환한 뒤 매도함으로써 $0.1의 이익을 얻게 되고, 이때 시스템은 사람들로부터 받은 테라를 없애고 이를 대신해 루나를 발행하게 되므로 시장에서 테라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반면, 테라의 가격이 상승하여 $1.1이 되면 사람들은 $1로 루나를 매입한 뒤 이를 테라와 교환하여 매도함으로써 $0.1의 이익을 얻게 된다. 이 경우에 시스템은 루나를 없애고 테라를 발행하게 되어 시장에서 테라의 수량이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테라가 $1를 상회하든 하회하든 사람들은 그 가치가 $1에 이르러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테라와 루나를 사고팔며 교환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므로. 테라의 가치는 결국 $1에 수렴한다는 이론적인 전제가 설계의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마치, 달이 지구의 자전축을 잡아주고 자전속도를 늦추어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으로 유지시켜 주듯이, 루나는 테라가 스테이블코인으로서 가치를 유지하게 하는 역할을 하여왔다. 테라와 루나의 성과는 대단히 성공적이어서 시가총액이 60조원을 넘보았고 세계 모든 가상자산 중에서 10위 이내에 포함될 정도였다.

 

그런데, 20225월 테라의 가치가 $1 아래로 떨어졌다.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였다면 테라는 다시 $1로 회복되어야 마땅하였을 터였다. 하지만, 테라의 가치가 회복되지 않고 추가로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테라가 루나로 바뀌면서 대량의 루나가 시장에 나왔고 루나에 대한 신뢰상실로 이어저 더 이상 루나가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테라와 루나가 서로를 지지하는 알고리즘이 당초 설계와는 달리 정반대로 작동한 것이다.

 

그 결과 더 많은 사람들이 테라와 루나를 내다 팔았고, 불과 사흘만에 60조원에 가까운 가치가 먼지처럼 흩어져 버렸다. 세계 최대의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를 비롯해 각국의 거래소들이 이들의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가상자산의 유니버스에서 밝게 빛나던 별들인 테라와 루나는 그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지구와 달이 서로 주고 받는 영향 때문에 차츰 멀어지다가 달이 지구를 떠나버린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테라와 루나의 대폭락 사태 이후, 국내 피해자들은 투자의 유치 과정에서 알고리즘 설계의 오류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고, 백서 등을 통해 고지한 것과 다르게 운영하였다는 이유로 테라폼랩스를 고소하였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피해자들이 가상자산 거래소가 허위마케팅을 하였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이번 사태에 대한 사법처리를 통해 관계자들(투자자도 포함된다)의 잘잘못과 책임범위를 확인하는 절차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가상자산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 확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유사한 사건이 계속해서 재발하게 될 것이다.

 

가상자산시장은 현재의 자본시장과 비교할 때 가상자산을 발행한 회사의 건전성, 전문인력, 가치를 담보할 근거 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거나, 자료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동일한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가 국내외에 다수 존재하는 데다가 거래소마다 가상자산의 위험성과 공정한 거래에 대한 심사기준이 제각각이다. 무엇보다 가상자산을 모니터링하고 가상자산에 관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는 통일된 제도가 마련되기 어려운 탓에 앞으로도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동시에 정확하고 일관된 내용의 경고나 주의사항을 공지하기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가상자산은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주체들도 투자와 거래에 대한 리스크를 일정부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가상자산업계의 협력과 자정작용,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통해 최소한 이들에게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가 제공되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이처럼, 법적용과 정부의 감독이 불가능한 영역에서는 투명성이 바로 핵심이다. 그래야만 공정한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바람직한 질서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와 달이 서로 멀어지는 것을 어찌할 도리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스스로 준비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이 사실을 알 수 있는 기회는 반드시 주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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