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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Korea Forum 뉴스레터] [제4호]청렴도 7년 연속 최우수, 건강보험공단에는 무슨 일이?
작성자 : TI-Korea(ti@ti.or.kr)  작성일 : 2022-07-01   조회수 : 1075

   2022.7.4 제4호

 

 

 

청렴도 7년 연속 최우수, 건강보험공단에는 무슨 일이?

 

 

 

 이상학(한국투명성기구 공동대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7년 연속 최고 등급을 받은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사회보험 중추기관으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중요한 기관이다. 공단은 2014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1등급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최고 등급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단이 늘 이렇게 높은 등급을 받은 것이 아니다. 2013년까지 공단의 청렴도는 낮았다. 특히 외부청렴도가 낮았다. 5등급과 4등급에 머물던 공단이 1등급으로 껑충 뛰어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공단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몇 가지 측면에서 그 비결을 찾아보았다.

 

첫째, 감사실의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노력이 있다.

 

공단은 국민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자체 정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여 청렴의 개념을 부패방지와 같은 좁은 영역에서 직무충실 정도, 공정한 업무처리 등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확장하여 공단의 자체 감사 등에 적용하고 있으며 청렴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공단 감사실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누구나 다 하는 청렴업무를 누구와는 다르게 하는열정과 진지한 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2014년부터 공단이 강화하고 있는 주요사업으로는 청렴컨설팅, 교육, 익명신고 등을 들 수 있다. 직원들의 청렴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감사실에서 지사를 방문하는 찾아가는 청렴컨설팅을 진행하였다. ‘찾아가는 청렴컨설팅은 지금은 맞춤 컨설팅’, ‘테마형 청렴컨설팅으로 발전하였다. 2020년까지는 공단 감사실에서 테마형 청렴컨설팅을 진행하였으나 2021년부터 본부별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청렴컨설팅의 주제와 진행에 대해서는 감사실에서 가이드를 제공하고 각 본부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업부서에서의 청렴업무가 능동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청렴교육도 딱딱한 지식 전달방식의 교육을 벗어나서 감사 사례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이나 감성적 요소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분임행동책임관이다. 전국 178개 지사의 부서장이 분임행동책임관을 맡고 있으며 분임행동책임관은 조직 구성원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책임지고 있다. 부서의 책임자가 청렴업무를 이끌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게 보인다.

 

익명신고의 경우 연간 150건 정도 신고가 들어오고 있으며 신고의 10% 정도는 유의미한 내용이라고 한다. 신고 건수는 부패신고의 승패를 가늠하는 잣대이기 때문에 공단이 시행하고 있는 익명신고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신뢰는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단 관계자는 신고 건수보다 신고된 제보를 처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

 

그리고 스마트 감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시스템에서는 데이터 산출 및 처리, 자가진단, 제보 등이 진행되는데, 공단이 전국으로 흩어져 있어 중앙 감사실이 현장을 감사하는데 발생하는 어려움을 상당 부분 보완하는 시스템으로도 이해된다. 그런데 스마트 감사시스템은 감사업무의 보조적인 장치가 아니라 감사업무의 중심축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공단의 다른 업무와 연계된 스마트 감사시스템은 감사업무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러한 종류의 사업은 많은 기관에서 하고 있다. 그렇지만 공단에서는 같은 사업을 하면서도 정성과 열정, 그리고 창의성이 돋보인다. 청렴 관련 업무는 의무적으로 하여야 하는 일이고 조직의 성과에 당장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조직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조직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그렇지만 공단은 조직 구성원의 자발성을 만들어 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감사실 직원의 적극적인 노력에서 빠뜨리면 안 되는 지점이 있다. 감사실 직원들의 높은 전문성이다. 물론 기관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전문역량 축적에서 유리한 점은 있겠지만 더 관심을 끄는 대목은 감사실 전체 구성원의 상당수가 5년 이상 감사실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이상 감사실에서 일하는 직원도 있다. 그리고 감사실에서는 업무의 연속성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어서 직원들의 전문성이 축적될 수 있는 메카니즘이 갖추어져 있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감사업무에서 상당한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직원의 맨파워가 형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직원들의 맨파워는 자부심으로 연결되고 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동력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조직 전체 차원의 대응이 있다.

 

2013년 당시 공단은 청렴도를 올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20125등급, 20134등급을 받으면서 국회 등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등 공단의 업무추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지고 사회가 공단에 보내는 시선도 따가웠다. 특히 외부청렴도가 낮았으며 연고주의에 의한 업무처리 항목이 매우 좋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감사실이 먼저 움직였다. 감사실이 움직이면서 직원들과 경영진도 함께 움직이게 된다.

 

2014년 이후 청렴업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감사실의 조직 내에서의 위상도 높아진다. 감사실에 특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청렴부서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감사업무에 대한 공단 구성원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기고 감사실 인원이 2014년 이후 두 배 정도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감사실이 이제 직원들이 기피하는 부서가 아니라 선호하는 부서가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감사실 근무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아서 감사실 응모에서 경쟁률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셋째, ‘신뢰가 형성되고 있다.

 

공단의 노동조합은 강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청렴업무와 관련해서는 노조가 적극적으로 감사실에 협조하고 있다. 이전에는 노동조합에서 감사실의 업무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노조가 감사실 업무에 대해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감사실 업무가 노조 행사와 겹치는 경우 노조에서 자신들의 일정을 조정하여 감사실 업무에 협조하기도 한다고 한다. 민주노총에서도 강성으로 알려진 공단노조의 이러한 모습에는 감사업무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렴업무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형성에서 찾아가는 청렴 컨설팅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지부를 방문하여 진행하는 컨설팅 과정은 직원들과 감사업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호간의 공감대가 축적되면서 신뢰를 만들어가게 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감사실에서 직원들의 불만을 접수하여 처리하는 청렴청진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정기인사 시기, 법인카드 이용 등의 민원이 해결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신뢰는 시스템에 기반한 투명한 업무처리로 더욱 탄탄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익명제보가 있다. 한 가지 사례가 있다. 승진시기에 승진 대상자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지만 제보가 불충분하여 해당자가 승진하였다. 승진이 되자 제보자가 구체적인 정보를 추가로 제보하면서 승진자가 파면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인사에서 익명제보는 강력한 레드휘슬의 기능을 하게 되고 직원들의 익명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 이 사건이 익명제도에 대한 조직원의 신뢰형성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된 것으로 공단 관계자들은 이해하고 있다. 익명제보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신뢰가 쌓이면서 청렴한 조직문화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조직 청렴도가 높아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일에서 신뢰는 중요하다. 특히 청렴업무를 추진하는 주체에 대한 신뢰는 더욱 중요하다. 청렴이란 각 개인의 마음속에서 먼저 작동한다. 그 다음에 외부로 드러난다. 신뢰가 없으면 이 메카니즘이 작동하기 어렵다.

 

넷째, 반부패청렴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문화가 형성되거나 변화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지난한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문화는 조직 구성원이 집단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형성도 어렵지만 한 번 만들어지면 쉬 바꾸지 않는다. 진정성있는 노력이 쌓이면 구성원 상호 간에 신뢰가 형성되고 이러한 진지한 노력과 상호작용이 커다란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직원들의 동의를 통해서 청렴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라고 공단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공단에서 반부패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공단 구성원들이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핵심 행위자의 역할이 그 중심에 있었다.

 

건강보험공단이 청렴도 최고 등급으로 올라오게 되고 공단 직원들이 조직에 대한 신뢰를 가지게 되면서, 청렴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핵심 행위자의 역할이다. 낮은 청렴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핵심 동력은 바로 일하는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다. ‘포기한 기관이라는 부정적인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전국 현장을 발로 뛰면서 청렴의식에 대한 직원들과의 소통에 나섰던 사람이 있었다. 업무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던 그는 지금도 청렴업무를 이끌고 있다. 직원들이 담배 피우는 모습이 공단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주었다는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고 별도의 흡연 장소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직원들과 고객의 소소해 보이는 일들을 풀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직원과의 소통에 앞장서면서 감사실이 직원들의 민원을 듣고 해당 부서에 관련 민원을 전달하고 공단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아가면서 직원들의 신뢰를 얻어나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교육방식, 익명신고 등에서 보인 감사실 구성원의 노력이 공단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소통이 신뢰의 조직문화로 발전해 나갔다. 청렴소통이라는 작은 날갯짓이 이제 거대한 청렴문화의 파도가 된 모양새다.

 

수성이 창업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지만,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공단의 축적된 역사성과 제도의 지속적인 고도화에 노력을 기울여 내실을 기할 계획이라는 김동완 상임감사의 청렴사업 방향에서 더욱 청렴한 공단의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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