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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Korea Forum 뉴스레터] [9호]연대와의 전쟁, 카르텔 간 전쟁
작성자 : TI-Korea(ti@ti.or.kr)  작성일 : 2023-10-06   조회수 : 643

  2023.10.10. 제9호

 

 

 

 

연대와의 전쟁, 카르텔 간 전쟁

 

 

 

정병기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로남텔이란 신조어를 듣고 크게 수긍했다. ‘대통령이 하면 로맨스, 남들이 하면 카르텔.’ 반응(리액션)이 좋은 사람은 무릎을 칠 만하다. 검찰 카르텔을 비롯한 법조계 카르텔을 떠올리면 새삼스럽지 않은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 정부의 정체성을 ()카르텔 정부로 규정했다. 이후 카르텔용어는 각 부처 장관과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앞다퉈 사용하면서 개념 인플레이션이 생겨나고 있다. 학계, 교육계, 문화계, 노동조합, 시민단체와 전 정부 정책에 이르기까지 공격과 비판의 대상에게는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말이 되었다.

 

한 보도에 따르면, ‘반카르텔 정부의 탄생은 2021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반발해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윤석열 예비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언급한 것이 시작이다.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 의식과 윤리 의식이 마비된 먹이 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거대 의석과 이권 카르텔의 호위를 받고 있는 이 정권은 막강하다등의 말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한 것이다. 이어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지원 사업과 민주노총 화물연대, 시민단체 보조금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앞서 언급한 이권 카르텔이란 말을 사용했으며, 그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나 국무조정실과 수사기관의 수사가 이어졌다.

 

물론 반카르텔 정부의 공식화는 올해 73일 차관 임명식 오찬에서 윤 대통령이 우리 정부는 반카르텔 정부다라고 언급한 것이다. 이어 다음날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공정하고 정당한 보상 체계에 의해서 얻어지는 이익과 권리가 아니라 자기들만의 카르텔을 구축해서 이권을 나눠 먹는 구조는 철저히 타파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카르텔은 카드를 의미하는 라틴어 카르타(charta)에서 유래해 프랑스어를 거쳐 영어 및 독일어 등으로 전파된 용어다. 17세기부터 협정서의 의미로 사용되다가 19세기에 국가 간 조약서를 뜻하게 되었다. 요즘은 동일 업종의 기업이 경쟁의 제한 또는 완화를 목적으로 가격, 생산량, 판로 따위에 대하여 협정을 맺는 것으로 형성하는 독점 형태나 그 협정을 의미하는 경제 용어로 정리되어 다른 분야로 파급되었다. 담합의 가장 강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카르텔은 이제 사회 각 분야에서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 행태나 그 담합의 무리를 지칭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카르텔과 유사한 개념이 일찍부터 존재했다. ‘출신·이해관계·인연 따위를 함께 함으로써 서로 뭉치는 세력이나 집단을 의미하는 ()’이라는 개념이 그것이다. ‘여러 개의 기업을 거느리며 막강한 재력과 거대한 자본을 가지고 있는 자본가·기업가의 무리인 재벌(財閥)과 출신 학교나 학파에 따라 이루어지는 학벌(學閥)이 대표적이다. 근대화 이전에는 집안의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로 이루어지는 문벌(門閥)이나 군부를 중심으로 한 정치 세력을 말하는 군벌(軍閥)이라는 개념도 종종 쓰였다.

 

이 쓰임에서 보듯이 카르텔은 주로 특권을 가지거나 상대적으로 우세한 행위자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특권을 없애고 공정한 경쟁과 상식이 통하는 민주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강자의 담합인 카르텔이 타파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현 정부가 카르텔을 타파할 수 있는가.

 

문제는 카르텔을 없애려는 정부가 가장 강력한 카르텔이라는 것이다. 전관예우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법조계다. 경제부처와 국세청의 관료들이 퇴직 후 재계로 옮겨 앉는 관행도 모르는 국민이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관예우라는 말은 법조계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법조계 카르텔보다 재계 카르텔의 문제가 덜 심각하다는 말이 아니다. 도긴개긴이다. 법조계 카르텔이 그만큼 강력하고 문제적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한 보도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이 법 집행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의 ‘2023 번영지수보고서도 167개 대상 국가들 중 한국의 사법체계 신뢰지수가 155위라고 발표했다. 실제 법조계 전관예우에 따른 이권 카르텔 시장은 연간 77,000억 원(2021)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이 과연 그 카르텔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법조계에서도 권력의 중심은 검찰이고 그 정점은 검찰총장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출신이다. 물론 출신만 가지고 그 사람까지 당연히 그러리라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현 정부가 법조계 카르텔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이 반증이다. 게다가 윤핵관이 당과 언론까지 장악하고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판정은 아직도 내려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카르텔과 김건희 카르텔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정치학에서도 카르텔은 20세기 후반 이후 정당과 관련해 사용되는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정당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개입이 확대됨에 따라 의회에 진출한 정당들이 담합하여 자신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제도를 도입하거나 강화하는 현상을 카르텔이라고 지칭한다. 예를 들어, 공영방송 접근, 국고 보조금 지급, 정당 활동 규제 등에서 신생 정당의 의회 진입을 억제하거나 불리하게 만드는 경향이 생겨났고, 이러한 정당 체제를 카르텔 정당 체제라고 한다.

 

옛날에는 당벌(黨閥)이란 말도 있었다. 같은 당파의 사람들이 단결하여 다른 당을 배척하는 일이나 그런 목적으로 결합된 당파 집단을 말한다. 이를 복수 정당이 존재하는 상황에 적용하면 카르텔 정당과 비슷하다. 후한서(後漢書)의 당고열전(黨錮列傳)에는 당동벌이(黨同伐異)라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이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끼리 한패가 되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배척한다는 말이다. 역시 당벌과 대동소이한 개념이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의 속성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며 강자의 행패도 유사한 모양이다.

 

우리나라처럼 양당 중심 정치가 전개되면서도 항상 제3당의 도전을 받는 나라에서 카르텔 현상은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3자의 도전에 위협을 느낀 강자들이 기득권 유지라는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게 되어 담합을 하고, 이때 당동벌이는 당벌벌이(黨閥伐異)가 된다. 특권 유지라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카르텔(당벌)이 형성되어 도전 세력을 배척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겉으로 보기에는 양대 정당이 극단적으로 대립해 당동벌이로 각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차례 선거법 개정이나 위성정당 현상에서 보았듯이 양대 정당에게 불리한 개혁에는 함께 반대하며 합의를 이루는 카르텔 혹은 당벌벌이 현상이 종종 나타났다.

 

카르텔과 연대는 다르다. 카르텔이 주로 이권을 챙기거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한 갑들의 동맹이라면, 연대는 대개 차별에 저항해 정당한 몫을 주장하거나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을들의 연합이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카르텔과의 전쟁은 연대를 카르텔로 억지 규정하고 이를 통해 정작 가장 강한 카르텔인 자신은 마치 카르텔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는 착란을 조장한다. 또한 제1야당과의 극단적 대립을 통해 숨겨진 카르텔 체제를 가리는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정부가 선포한 카르텔과의 전쟁은 저항 연대를 분쇄하고 유아독존 카르텔이나 카르텔 간 위계질서를 확고히 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연대와의 전쟁카르텔 간 전쟁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카르텔은 카르텔로 깨트릴 수 없다. 카르텔은 연대로 깨뜨려야 한다.

 

 

*위 기사는 필자의 의견으로 TI-Korea Forum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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