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Korea Forum 뉴스레터] [15호]국방분야 청렴성 증진을 위한 과제와 방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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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TI-Korea(ti@ti.or.kr) 작성일 : 2025-03-31 조회수 : 243 | |
2025.4.1 제15호
국방분야 청렴성 증진을 위한 과제와 방향 강성구 한국투명성기구 이사, 청렴국방위원장
누구도 가능성을 상상조차 못 했던 12‧3 계엄사태가 벌어진 지 4개월이 다 되어가고,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한없이 늦어지면서 온 나라가 여전히 극심한 혼란의 와중에 있다. 걱정이다. 당면한 혼란의 정리가, 쪼개진 사회의 통합이, 건강한 군의 재건이,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이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부패를 ‘abuse of entrusted power for private gain’으로 정의하고 있다. ‘믿고 맡긴 권력/권한을 공적 이익이 아니라 사적 이득을 위해 남용/오용하는 것’이 부패이다. 윤대통령이 계엄과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일련의 모습은 정확하게 이 정의에 입각한 부패 행위이다. 12‧3 계엄사태로 인하여 국방 분야의 청렴성 증진 과제는 전에 없던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스스로 도모하는 친위쿠데타를 방지할 명시적 수단이 국방부나 군 내부에는 없다. 방첩, 특전, 수방, 정보사는 현행 군령/군정 체계를 벗어나 있는 소위 ‘국직부대’들인데, 이들 국직부대가 이번 12‧3 계엄사태의 주축임이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양식 있는 전문가들에 의해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국제투명성기구는 국방 분야의 청렴성(Defence & Security; TI-DS)을 따로 전문적으로 다루어왔다. 한국투명성기구도 이에 맞추어 청렴국방위원회를 설치하였고, 여기에는 각 군의 예비역 장성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TI-DS의 활동 가운데 우리에게 비교적 알려진 것은 정부의 국방분야 청렴성을 측정 평가하는 GDI(Government Defence Integrity Index)와 방산기업의 청렴성을 측정 평가하는 DCI(Defence Companies Index) 두 가지이다. TI-DS의 홈페이지(https://ti-defence.org/)에풍부한 자료가 공개되어 있다. TI-DS는 국방분야의 부패가 야기하는 위협을 10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갈등 유발과 안보 저해, 국가가 무력의 과도한 사용을 조장하거나 가능케 함, 무장 폭력 조장,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 저하, 빈곤 가속화, 사회적 불평등 심화,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 방해, 인권 침해, 성관련(gender-based) 폭력, 열악한 장비와 불충분한 안전 등이다. 물론 이는 글로벌 관점에서의 분석이긴 하나, 국방 분야의 부패가 가져오는 피해의 일반성을 지적하는 측면에서는 우리 역시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여 년간 국방분야의 투명성을 높여 왔다. 외국 무기 도입을 둘러싼 이른바 ‘방산 비리’는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을 계기로 구조적-체계적으로 개선되었고, 우리나라 최초로 법에 근거한 옴부즈만 제도도 도입되었다. 국방기술품질원을 비롯한 기관과 방산 기업들도 편차는 있지만 꾸준한 개선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국제사회의 해법과 권고는 매우 일반적이지만 또한 정확하게 핵심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국방 기관의 제도적 독립성이다. 국방 기관의 독립성은 무기 구매와 수출 등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부당한 영향을 막고 국가 이익의 보장을 돕는다. 다음으로는 감시체계의 구축이다. 여기에는 반부패기관, 감사기구, 국회 상임위 등이 모두 해당한다. 이를 통해 국가 안보의 이름 아래 민감한 정보를 감추려는 예외를 최소화할 수 있다. 셋째로 투명성이다. 투명성이야말로 국방 분야 거버넌스의 핵심이다. 이는 감시체계를 작동시킬 뿐만 아니라 과정을 간소화하여 효율성을 높인다. 군사적 능력, 국방 예산, 획득 등에 대한 투명성의 결여는 군비 확대와 국방 지출의 압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넷째로, 시민사회의 참여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조직과 상호 소통하려는 국방 분야 기관의 열린 자세이다. 시민사회가 효과적으로 참여/개입하게 되면, 외부적 책무성, 모니터링 등이 강화되고, 아울러 국방 기관이 결여하고 있는 관련 전문가의 지원도 가능해진다. 무엇보다도 시민사회의 참여/개입, 국방 정책과 전략에 대한 열린 토론 등을 통해 국방 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투명성기구 청렴국방위원회는 ‘국방 분야 비밀 축소와 정보공개 강화’를 중요한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 의미와 맥락은 위에서 거론한대로이다. 그리고 방산 기업을 반부패-투명성의 주체로 세우는 맥락에서 ‘한국 방산 기업 투명성 지수(가칭: K-DCI)’의 개발 또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혀 예기치 않았던 12‧3 계엄사태와 이후 일련의 과정은 국방 분야 투명성의 과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새롭게 제기하고 있다. 생각나는 대로 순서 없이 나열하기만 해도, 위에서 짧게 언급한 ‘군령/군정 체계’ 등 군 통수체계의 정비 문제, 친위쿠데타에 대한 항명 가능성 문제, 이번 사태로 상처받은 군의 트라우마 치유 문제, 민주적 민관 관계 정립 문제, ‘헌법에 충성하는 군대’ 즉 ‘국민의 군대’로 근본적인 전환의 문제 등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깊은 고민과 열린 토론이 필요하다.
2008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된 국제반부패회의(IACC; International Anti-Corruption Conference)에서 방위사업청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 국방 분야의 청렴성 증진 사례에 대하여 발표한 바가 있다. 당시 발표를 마치며 한 발언을 소개한다. “모든 군대는 ‘강군(强軍) 건설’을 목표로 삼는다. 강한 군대는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군대이다. 군에 대한 국민의 사랑과 신뢰의 첫째 조건은 군의 투명성이다.”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금 되새겨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방 분야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을 높이고 공유-확산하는 것이다. ‘투명성’이 주요한 의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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