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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Korea Forum 뉴스레터] [제1호]청탁금지법 선물가액 논란
작성자 : TI-Korea(ti@ti.or.kr)  작성일 : 2021-09-30   조회수 : 1895

  2021.09.30.제1호

  [국내뉴스]

 


 

 

 

청탁금지법 선물가액 논란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공동대표

 

 

지난해 추석·올해 설 명절에는 20만원이었던 김영란법의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이 추석엔 다시 10만원으로 내려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제기되는...”

 

추석을 앞 둔 신문의 보도다.

농축산물 선물 가액이 다시 내려갔다고 신문은 보도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해 추석과 올해 설에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일시적으로 개정하여 한시적으로 20만원으로 상향하였다가 10만원으로 원래대로 되돌아 와 있다. 그런데도 신문들은 이렇게 기사를 쓰고 있다.

사실 이런 논란은 정부가 자초하였다. 시민단체 등에서 선물 가액에 손대는 것을 반대하였음에도 정부가 두 차례나 이를 강행한 결과다.

 

지난 두 차례 선물 가액을 올리면서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농축수산업계의 경제적 어려움 극복을 위해 선물 상한액을 일시 조정하는 것"이라며 "시행령 개정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에 있는 농축산업인들에게 다시 한 번 작은 위로와 격려가 되길 희망한다"고 개정 배경을 설명하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밝힌 2021년 설 명절 기간 농축수산물 판매액 증가율을 보면 ‘10~20만원가격대가 16.3% 늘어난 반면에 ‘5~10만원44.3%, ‘20만원 초과18.1% 늘어났다. 이 결과를 보면 선물 가액을 20만원으로 올린 결과를 확인하기 어렵다. ‘5~10만원이나 ‘20만원 이상에 비해서 ‘10~20만원가격대의 판매량 증가율이 낮다. 코로나 상황으로 고향가기가 어려워지면서 선물에 지불하는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농축수산물 선물이 전체적으로 늘어난 점은 이러한 상황과 관련이 있을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정황을 감안하여 해석하면 선물가액을 20만원으로 올렸지만 20만원으로 올린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선물가액 20만원으로의 상향 효과는 상식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청탁금지법 상 선물가액의 제한을 받는 사람은 공직자들이다. 그렇다고 모든 공직자들이 이 법의 적용을 받지도 않는다. 선물을 주는 사람과 직무관련성이 있는 공직자들이 해당된다. 다시 말해서 공직자가 아닌 일반 국민이 받는 선물은 이 법과 관련이 없고, 공직자 중에서도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 만 적용된다. 이렇게 보면 실제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선물가액을 20만원으로 상향하여도 실질적인 소비 진작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위에서 본 국민권익위의 자료가 이 점을 일정 부분 말해주고 있다.

 

선물가액을 높이는 효과에 견주어 시행령 개정이 초래하는 문제점은 훨씬 심각하다.

오락가락이라고 이미 언론에서도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청탁금지법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이고 있다. 이 법은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법이 사회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선물가액 논란이 확대되면서 청탁금지법 자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선물가액은 청탁금지법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어쩌면 청탁금지법의 취지에 비추어 법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공직자가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서 금액의 과다를 차지하고 선물을 받는 일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직무관련자에게서 선물을 받는 것은 대가성이 있거나 업무수행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다. 직무관련성이 있음에도 일정 금액 한도 까지는 선물 등을 받는 행위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점이다. 청탁금지법을 최초 제안하였던 김영란 교수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상 뇌물이 될 수도 있는 선물가액을 농축수산물 소비 진작을 위해서 올리겠다는 주장은 선후가 바뀌어도 한 참 바뀐 주장이다. 이는 청탁금지법을 적당히 이용하려는 정치적인 계산의 결과가 아닌가? 일련의 정황을 보면 정치적인 계산에 청탁금지법이 휘둘리는 모양새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공직자의 부패와 불공정이 연일 언론을 달구고 있는 와중에 청탁금지법을 이렇게 흔들어도 되는지? 의문이다.

농어민이 겪는 어려움은 단지 코로나라는 일시적인 시기의 문제만은 아니다. 농어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반부패 정책의 핵심인 청탁금지법을 흔드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 농어민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있다.

도매인제도를 정비하여 농축수산물의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농어민들은 도매시장의 경매 과정을 거치면서 헐값으로 생산물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공공기관인 서울농수산식품공사에서 도매인제도를 고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의 문턱에 막혀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진정 농어민을 위한 방법에 관심이 있다면 농수산 도매인제도를 깊이 살펴보고 개선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경매제도 정비는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인한 소비 진작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굳이 외면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왜 청탁금지법을 흔들고 있을까?

 

선물 상한액 상향을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를 보면 국가의 부패인식지수를 높이는 일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정부가 맞는지 의심이 든다. 청렴사회로 가는 길에서 중요한 법인 청탁금지법을 정부가 앞장서서 흔들면서 어떻게 청렴사회로 가고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를 높일 수 있을까?

제도는 법조항 그 자체보다 사회적 컨센서스가 중요하다. 국민적 컨센서스가 흔들리면 법의 실효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선물가액 논란으로 청탁금지법 자체의 취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청탁금지법 선물가액 논란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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