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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Korea Forum 뉴스레터] [10호]‘김영란법’과 100만원
작성자 : TI-Korea(ti@ti.or.kr)  작성일 : 2024-01-02   조회수 : 1037

   2024.1.3. 제10호

 

 

 

 

김영란법100만원

 

 

근로복지공단 청렴시민감사관 김철수

 

 

 

1. 라임사태 술접대검사 무죄판결의 계산법

라임사태는 피해자 4000여 명, 피해규모 16700억 원에 이르는 대형 경제범죄사건이다. 국내 최대의 사모펀드 운용사 라임이 사실상 파산해 투자자들이 펀드에 투자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라임사태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20197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고급 유흥주점(소위 룸살롱’)에서 검사 출신의 이 모 변호사와 함께 현직인 나 모 검사에게 향응을 제공하였다. 이날 술자리는 나 검사가 후배 검사 2명과의 술자리를 위해 이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 변호사가 김 전 회장에게 술자리 마련을 요구해 이루어졌다.

 

수사에 들어간 검찰은 당시 룸살롱 영수증에 찍힌 536만원을 접대비용으로 특정했다. 여기서 나 검사를 뺀 검사 2명은 접대 당일 오후 11시쯤 자리를 떴다는 이유로 밴드·유흥접객원 비용 55만원을 뺀 481만원을 참가자 수 5명으로 나눠 96만원((술값 536만원 - 밴드비 55만원) / 5)으로 계산했는데, 검찰은 이들이 받은 금액이 100만원이 안 된다며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나머지 55만원을 끝까지 남은 3명이 챙긴 것으로 결론짓고, 나 검사 수수액을 114만원((술값 536만원 - 밴드비 55만원)/5 + (55만원/3))으로 하여 향응 금액이 1100만원을 넘으므로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1(‘22.9.30)에서 법원은 검찰과 다른 새로운 접대비 계산법을 적용했다. 이날 같은 술집에 있었던 이 모 전 라임 부사장과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도 함께 추가로 술 접대를 받은 것으로 판단하여 동석인원을 5명이 아닌 7명으로 늘렸다. 또한, 검찰처럼 총 술값을 인원수대로 균등하게 나눈 것이 아니라 동석자별로 술자리 참석 시간을 고려해 좀 더 세밀하게 1인당 접대비를 계산했다. 그 결과 김 행정관의 접대비용이 939167원에 해당하고, 여기에 이 전 부사장의 접대비까지 고려하면 이 변호사와 나 검사가 받은 접대비가 100만원을 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23.8.24)에서도 1심의 판결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현재 검찰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23.9.1)한 상태이다.

 

2. 김영란법과 100만원의 의미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나 교수, 언론사 임직원 등이 한 번에 100만원을 넘거나 매 회계연도마다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선 안 되며,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원래 이 조항은 2011년의 소위 벤츠 여검사 사건에 의해 만들어졌다. 동 사건은 A씨가 내연관계에 있던 현직 여검사에게 사건 청탁을 부탁하며 벤츠 차량과 법인카드, 명품 가방 등을 건넸다며 A씨와 또 다른 내연관계에 있던 사람이 검찰에 탄원하면서 법조 비리로 번진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벤츠 차량 등을 '사랑의 증표'로 판단하면서 A씨는 무죄를 받았다. 이 경우 애인관계로 벤츠를 선물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직무연관성을 입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이 사건은 대가성 없는 금품을 받아도 처벌할 수 있는 김영란 법을 만들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김영란법에서는 1100만원이라는 기준을 두어 일단 이 금액이 넘으면 직무연관성에 관계없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 100만원이라는 숫자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 10만원도 아니고, 1,000만원도 아니고 100만원일까? 이것은 아마도 우리사회의 상식선에 비추어 100만원이라는 돈이 상대방에게 대가없이 지불하기는 곤란하다는 국민들의 정서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1,000달러, 일본에서는 10만엔 정도로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그렇게 상식적으로 통하지 않을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free lunch’)라는 말이 있다. 어떤 바보가 가족도 아닌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사람에게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100만원이 넘는 거액을 선뜻 지불할 것인가? 위 사안에서도 김봉현 전 회장은 자기가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자기 수사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은 검사에게 미리 향응을 베풀어 보험을 들어 둔 것이고, 실제로 그 검사는 나중에 수사의 담당자가 되었다. 더구나, 접대 당시 라임자산운용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직후였다.

 

물론 형법상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해야 형사처벌할 수 있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술값 100만원의 기묘한(?) 계산법이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일응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김영란법이 만들어진 당초 취지로 해석해 보면 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계산법을 적용하면, 앞으로 검사나 고위공직자는 룸살롱에서 술접대를 받을 때 옆에 인원 수대로 술값 계산기(스톱워치)를 갖다놓고 100만원이 넘기 직전 자리를 끝내고 일어나야 되는 것인가? 코미디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법부는 선거법 위반사건의 경우 의원직 상실의 기준이 되는 벌금 100만원 밑으로 아슬아슬하게 80만원으로 판결하여 의원직 목숨을 살려준(?) 사례가 있다.

 

3. 김영란법과 한국의 투명성 순위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김영란법은 형해화(形骸化 : 뼈만 남음) 될 수 있다. 참여연대는 ‘23830일 논평을 내고 "현직 검사가 이후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는 점이 드러났음에도 검찰은 독점적인 기소권으로 뇌물죄로 기소해야 할 검사들에게 청탁금지법을 적용했고 무죄선고는 기소권 남용의 결과"라며 "검찰은 공소사실을 재검토하고 공소장을 변경해서라도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 적용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9월 국제투명성기구(TI : 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매년 세계 각국의 청렴도를 평가하여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 : 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서 우리나라의 투명성 순위는 세계 162개국 중 52위였다 아프리카의 르완다와 비슷한 한심한 수준이었다. 지금은 31위로서 스페인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나마 김영란법과 최근의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등 반부패 입법의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가 다 져도 한일전 축구만큼은 지면 안 된다는 일본의 투명성순위가 현재 18위이다. 김영란법의 철저한 실천 등 우리가 지금까지 반부패 청렴을 위해 왔던 것처럼 충실히 노력하면 충분히 그 위로 올라설 수 있다. 이와 같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법꾸라지’(+ 미꾸라지)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고 고위직이 보다 솔선수범하여 일본을 따라잡는 청렴 한일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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