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Korea Forum 뉴스레터] [11호] 쿠팡 블랙리스트와 공익제보자 보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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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TI-Korea(ti@ti.or.kr) 작성일 : 2024-03-29 조회수 : 522 | |
2024.4.1. 제11호
쿠팡 블랙리스트와 공익제보자 보호
한국투명성기구 공동대표 유한범 지난 2월 13일 MBC는 쿠팡이 16,450명 규모의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명부를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쿠팡 대책위)’는 명부에 기재된 사람은 영구 혹은 일정 기간 취업에서 배제되었고, 이들이 등재된 사유에는 폭언·모욕·욕설 외에도 육아·가족돌봄, 노조활동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해당 명부에 쿠팡의 노동환경을 보도한 기자·PD, 노동실태를 알린 유튜버뿐만 아니라 보도를 하지도 않은 기자까지 무더기로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쿠팡대책위는 3월 13일 쿠팡 블랙리스트 제보자의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 블랙리스트를 통해 과거 자사 사업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정보와 함께 채용을 꺼리는 사유를 기재한 문건을 만들어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공익제보자 중 한 명이라고 밝힌 김준호 씨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이하 CFS)’ 이천 호법센터 채용팀에서 근무하며 단기직 업무교육을 받다가 블랙리스트를 처음 접했다.”고 말했다. 김준호 씨는 “당시 블랙리스트가 아닌 사원평정으로 불리는 문건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을 채용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교육받았고, 이들을 채용에서 배제했다.”며 “이후 업무를 잘못한다고 사원평정에 오르거나, 관리자와 다툼이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공동 공익제보자를 통해 확보한 2017년 9월20일부터 지난해 10월17일까지 총 16,450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 문건을 확보해 구체적인 사례도 공개했다. 김준호 씨는 해당 문건에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안전사고 등'의 사유로 이름이 올라간 한 당사자는 근무 중 빈혈로 조퇴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후 관리자와 언쟁이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김준호 씨는 퇴사 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에 가입했고, 또 다른 전직 쿠팡 직원의 도움으로 입수한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을 국민권익위원회와 MBC에 제보했다. 아울러 김준호 씨 등 제보자 두 명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국민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했다. 지난 3월 26일에는 쿠팡대책위가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라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기재된 것으로 보이는 일부 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서울고용노동청에 고소장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이 고소에 참여한 이들은 블랙리스트에 기재된 노조 조합원 9명과 언론사 기자 2명, 일반 노동자 1명이다. 이들은 쿠팡과 물류 자회사인 CFS의 대표이사 등 쿠팡 관계자 6명에 대해 근로기준법 위반(취업방해)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들어 고소를 진행했다. MBC 보도 직후 쿠팡 측은 해당 파일을 '출처불명'의 문서라고 주장하다가 사흘 만에 '기밀을 유출했다'며 공익제보자 등을 고소했다. 쿠팡 측은 “민주노총과 MBC는 회사의 영업기밀 자료를 탈취한 범죄자들을 공익제보자인 것처럼 둔갑시키고 있다.”라며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쿠팡 측은 “직원 인사평가는 회사 고유 권한이자 안전한 사업장 운영을 위한 당연한 책무”라며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보도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며, 비상식적이고 악의적인 보도 행태에 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를 포함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쟁점이 되는 것은 김준호 씨 등이 공익제보자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느냐 여부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2011년 제정된 이후 그 보호범위를 넓혀 왔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한 사람 등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법이다. 공익침해행위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 및 이에 준하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공익신고 대상 법률에 따라 벌칙 또는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는 행위인데 2024년 3월 현재 491개 법률과 관련한 공익침해행위가 그 대상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블랙리스트 작성은 근로기준법과 개인정보 보호법과 관련이 있는데 이 두 법은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제보자의 해당 신고는 당연히 공익신고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쿠팡 측이 해당 문건이 “직원 인사 평가를 위한 회사의 고유 권한”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나 개인정보보호법의 보존기한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길게는 6년 넘게 보존한 점과 직원이 아닌 기자 등을 명단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쿠팡 주식회사의 모기업 쿠팡 Inc.는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이다. 글로벌한 차원에서는 조직 내의 비리 행위를 신고하고 처리하는 내부고발 제도가 강화되고 있다. 이미 1977년에 제정된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FCPA)’은 내부고발을 장려하고 신고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포함하고 있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을 받는데 SEC는 2022년 2월 케이티(KT)가 임직원 이름으로 다수의 여·야 국회의원에게 수백만원씩 쪼개기 후원을 한 불법 행위를 문제 삼아 75억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KT도 지난 1999년 미국 뉴욕 증시에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해 미 증권거래위원회의 감독을 받는다. 또 다른 공익제보자인 현대자동차의 김광호 부장은 2016년 현대자동차의 엔진결함을 신고한 대가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으로부터 2021년 280억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이러한 추세를 볼 때 공익제보 이슈가 생겼을 때 기업들은 제보자를 비난하기보다는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국내외의 추세에 맞추어 내부고발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는 등 준비를 강화해야 한다. 우선 공익제보를 보호하는 국내외의 법과 제도를 이해하고 준수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내부고발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아울러 기업은 고발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보복 조치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하며 신고자에 대한 보상제도를 도입하여 신고를 장려할 필요도 있다. 기업들은 무엇보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고 장려하는 이유를 잘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단지 공익제보자가 정의감이 넘치는 좋은 사람이어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공익제보를 보호하고 장려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갖추고 있어도 내부의 사람들이 은밀히 혹은 담합하여 부정부패를 저지른다면 막기 어렵다. 내부고발 장려와 공익제보자 보호는 내부의 부패를 가장 잘 적발하고 드러낼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동안 공익제보자는 ’조직의 배신자‘ 등으로 잘못된 비난을 받아왔다. 기업들은 내부고발과 공익제보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공익제보를 통해 드러난 문제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기업은 공익제보를 기회로 삼아 조직의 윤리 및 규범을 강화하고 부정부패와 관련된 위험요소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쿠팡도 공익제보에 대해 고소로 대응하기보다는 이 사건을 계기로 내부를 돌아보고 문제를 개선함과 동시에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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