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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Korea Forum 뉴스레터] [제2호]현대판 판도라의 상자, ‘판도라 페이퍼스’가 남긴 희망
작성자 : TI-Korea(ti@ti.or.kr)  작성일 : 2021-12-27   조회수 : 1097

   2021.12.27.제2호

 

현대판 판도라의 상자, ‘판도라 페이퍼스가 남긴 희망

 

하종관 법무법인 유준 변호사

 

우리는 5년전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자료들을 통해 각국 정부의 고위관료들, 부호들, 여러 유명인사들이 재산을 은닉해왔음을 확인하였고, 아이슬란드와 파키스탄의 국가수반 사퇴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벌어졌던 모습을 지켜보았다. 바로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 사건이다.

 

그런데, 파나마 페이퍼스로 인한 커다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를 뛰어넘는 규모의 또 다른 조세회피 의혹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202110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1970년부터 2021년까지 역외서비스업체들에 의해 작성된 1190만건의 유출문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전·현직 국가수반 35, 91개국의 정계인사와 공직자 330, 억만장자 130여명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이를 이용하여 은밀한 거래를 하여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 가운데 특히 요르단 국왕이 수십 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여 천억 원 대의 부동산을 매수하였다는 사실, 영국의 전 총리가 부동산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여 수 억원의 세금을 절감하였다는 사실, 부패를 비판해 왔던 체코와 케냐의 국가원수들이 오히려 자산을 은닉하고 있었다는 사실 등이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들 문건 중에 한국인 또는 한국법인의 이름이나 상호가 등장하는 문서가 약 9만건에 달하고,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법인의 실제 소유자(Beneficiary Owner)로서 등재되어 있는 한국인이 275, 한국회사가 184곳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서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해당 문서에 이름이 등재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이 법률을 위반하였다거나 탈세를 하였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국의 과도하고 경직된 규제를 벗어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였을 뿐, 준법경영을 계속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의혹과는 달리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으므로 무턱대고 비난하지 말고 각각의 사안마다 구체적인 사정을 들여다보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럼에도 그 동안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설립한 상당수의 사례에서 그 목적이 조세당국, 수사기관을 비롯하여, 채권자 등의 이해관계자로부터 자산을 숨기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입장과 관점을 정하는 데에 한쪽으로 무게를 실어주기에 충분하다.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법인들은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어렵도록 하고 모든 행위를 법인의 명의로 이행함으로써, 실제 소유자가 법인의 자금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실제 소유자와 관련이 없는 것처럼 조치하여 왔기 때문이다.

 

이번 202110월에 폭로된 유출문건들을 가리키는 이름, 그리고 조세회피처 탐사보도의 프로젝트의 명칭은 판도라 페이퍼스(Pandora Papers)’라고 붙여졌다. 여기서 판도라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그리스 신화 판도라의 상자의 주인공이다.

 

잠시 판도라의 상자를 찾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로부터 꺼지지 않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주었다. 이에 분노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와 인간을 벌하기로 마음먹고 판도라를 만들어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내어 아내로 삼도록 한다. 에피메테우스의 집에는 인간에게 필요 없는 것들을 모아 놓은 상자가 있어서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에게 결코 그 상자를 열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를 하였다.

 

하지만, 판도라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상자를 열고 만다. 그러자 상자 안에서 재난과 질병, 질투, 욕심, 원한 같은 것들이 모두 빠져나와 세상으로 흩어져 버렸다. 판도라는 깜짝 놀라 상자를 닫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고, 상자 안에는 오직 하나 희망만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자에서 빠져나온 몹쓸 일을 당하더라도 희망만은 버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주된 줄거리이다.

 

이처럼, 인류의 불행과 희망의 시작점을 상징하는 것이 판도라의 상자다.

 

판도라 페이퍼스 역시 판도라의 상자와 마찬가지로 그 내용을 열어보지 않고 비밀인 채로 남았더라면, 세계 각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실망감과 좌절감, 배신감을 초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판도라의 상자와 같이 판도라 페이퍼스도 우리에게 남겨 희망을 남겨 두었다.

 

판도라 페이퍼스는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자국의 행정·사법관할권이 닿지 않는 해외에서 자신의 신원을 숨기고,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사업을 영위하고 금융거래를 하더라도 마침내는 사람들 앞에 실상이 밝혀지고 마는 것이다.

 

판도라 페이퍼스 사태를 바라본 국민들의 눈높이에 부응하도록, 각국의 입법자들과 금융감독, 조세당국, 수사기관, 금융기관들은 자금세탁을 방지하는 데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국제적인 공조와 정보교환도 한층 활발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 결과 판도라 페이퍼스가 공개되기 이전과는 달리, 이제 조세회피처를 이용하여 탈세나 부패를 행하려는 자들로서는 조세회피처에 이르기도 전에 발각될 수 있고, 일단 신원과 거래를 은닉하더라도 언제든지 비밀이 탄로날 수 있다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재하는 위험을 무릅써야만 하게 되었다.

 

물론, 그리스 신화가 쓰여지던 때부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탈세와 부패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 자신을 가둔 상자 밖으로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판도라 페이퍼스를 통해 경험하였듯 이 또한 오래지 않아 꼬리를 잡히게 될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상자 속에 숨어 있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가는 더디고 험난하지만 뚜렷한 길, 이것이 바로 현대판 판도라의 상자 판도라 페이퍼스가 우리에게 남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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