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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Korea Forum 뉴스레터] [제4호]비밀이 공개되면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진다고? - 정보공개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
작성자 : TI-Korea(ti@ti.or.kr)  작성일 : 2022-07-01   조회수 : 880

  2022.7.4.제4호

 

 

 

 

 

비밀이 공개되면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진다고?

- 정보공개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

 

 

진호영(상명대 안보통일연구소 군사전략부장)

 

 

미국의 9·11 테러 진상조사위원회의 토머스 킨 위원장은 “9·11 테러 최종보고서를 내면서 “9·11 관련 비밀 가운데 4분의 3은 비밀로 분류하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테러 관련 비밀들을 서로 공유하지 않아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가안보를 위해 비밀은 철저히 지켜져야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비밀을 너무 많이 지키다 보니 안보가 무너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비밀을 지키는 것만이 국가안보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적절한 공개가 국가안보를 담보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 비밀관리 근거는 군사기밀보호법, 공공기관의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기록물관리법),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정보공개법) 등이 있다. 특히 국가정보원법에 의해 제정된 보안업무규정이 실무적인 비밀관리 근거가 된다. 우리나라의 이런 비밀 관련 법령들은 국가안보에 너무 경도되어 접근을 매우 어렵게 만들어놓았다. 중앙대 박흥식 교수는 민주주의 발전에 맞추어서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는 쪽으로 비밀제도를 개선해 알권리와 비밀보호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보 접근을 막는데 맞춰진 비밀관리제도를 정보가 더 자유롭게 흘러다니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정부기관의 정보공개와 비밀보호의 균형을 위해서는 다음 몇가지를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먼저 비밀은 때가 되면 재분류하여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록물관리법은 비공개로 분류된 기록물을 매 5년마다 재분류하고, 비공개 기록물은 생산 후 30년이 경과하면 재분류하여 공개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비밀 재분류는 거의 시늉만 하고 있다. 2005년에 국방부와 통일부가 재분류한 비밀은 0.01%도 안된다. 경찰, 국정원 등 13개 부처는 아예 단 한 건도 재분류하지 않았다. 미국의 국방부는 2004년 공개 검토대상 문서의 56.8%를 비밀에서 재분류했다. 국가안보와 밀접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밀도 27.1%를 해제시켰다. 우리나라는 재분류도 안하지만 분류해도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국민들이 거의 볼 수가 없으나 미국은 비밀이 풀리면 내용까지 곧바로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나라도 비밀 관련 국민들의 알권리 신장을 위한 과감한 비밀 재분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비밀관리와 상반되는 개념의 정보공개제도가 있다.

 

우리나라는 1996년 정보공개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공공기관이 국민 알권리를 보장하고,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정보공개가 원칙이고 비공개가 예외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에는 별도로 국가안보에 중대한 이익’, ‘상당한 이유또는 현저한 지장이 있을 경우 비공개토록 되어 있어, 모호한 이 용어들로 법의 적용을 임의로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게 만들어 정보공개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

 

한국에는 비밀이 몇 건이나 될까? 대답은 절대로 알 수 없다,”이다. 참여연대가 2005년 국가정보원에 공공기관별 비밀지정 건수의 공개를 청구했으나 국정원은 국가 전체의 비밀 보유현황 공개는 정보역량 노출 등 국가안보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필자도 202112월에 8개 정부부처의 보유비밀 및 생산건수를 공개 요청했으나 모든 부처가 비공개 정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고, 특히 국방부는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미국은 정보보안감독국(ISOO)이 해마다 행정부가 한 해 동안 생산한 비밀 건수와 비밀해제 건수 등을 전부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비밀기록물의 제목도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2004년 미국 행정부가 만들어낸 비밀은 351,150건으로, 11,435(3%), 258,762(74%), 8953(23%) 등이었다. 비밀기록 현황은 단순한 통계자료에 불과하다. 이런 통계자료를 공개한다고 해도 국가안보상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는 없어 보인다.

 

1996년 정보공개법을 제정한 목적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는 공개 여부의 자의적인 결정, 고의적인 처리 지연 또는 위법한 공개 거부 및 회피 등 부당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의무조항도 들어 있다. 그러나 이를 성실히 지키지 않았을 때 처벌조항이 없다. 법의 정신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악의적으로 협조하지 않아도 이를 강제하고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비밀 누설만 처벌할 것이 아니라 자의적인 해석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개정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비밀지정을 남발하고 있다.

 

비밀로서 가치가 없는 것까지 비밀로 분류하는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언론에 보도됐던 내용도 3급 비밀로 분류하고(2003), 통일부는 차관과 출입기자 간담회를 3급비밀로 지정했다(2000). 현행 법령은 비밀을 남발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군사 3급 비밀은 적도 알고 나도 알지만 서로 관심 없는 정보이고, 2급 비밀은 적도 알고 나도 아는 그럭저럭 중요한 정보이며, 군사 1급 비밀은 적은 아는데 나만 모르는 정보라는 이야기도 있다. 예를 들면, 군부대의 주둔지 주소, 위치, 전화번호는 비밀에 해당한다. 하지만 네이버에 검색하면 전국의 웬만한 부대는 다 나온다. 네이버 지도에서 보면 충주 공군 19전투비행단의 위치가 산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구글 어스로 보면 활주로와 심지어 활주 중에 있는 비행기까지 영상으로 보인다. 1991년까지 국방부 민원실 전화번호 역시 군사기밀로 전화번호부에 실리지 못했다. 원소기호 94번에 해당하는 원소 자체가 미국 최고 수준의 기밀이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여 모두 공개되었듯이 인터넷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시급히 현실화하고 과감한 정보공개가 가능토록 제도화가 필요하다.

 

 

상설 비밀관리 감독기구 신설이 필요하다.

 

정부 부처의 행정편의주의 비밀관리와 정보공개법 취지대로 국민의 알권리 신장과 비밀의 과도한 생산을 막고자 한다면, 3자에 의한 감독 메커니즘의 도입도 필요하다. 미국은 연방정부의 비밀을 효과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해 정보보안감독국(ISOO)을 두고 있다. ISOO는 정부가 한해 생산한 등급별 비밀 건수와 비밀 해제 건수, 해제 정책 등을 담은 연차보고서를 낸다. 또 비밀 지정 및 해제에 관한 이의신청·중재·조정·권고 기능도 맡는다. 각 부처가 생산한 비밀이 기준과 절차에 따라 적절히 지정됐는지 따지는정보 감독자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도 정부기관의 부적절한 비밀기록관리를 통제하고 비밀 지정·해제와 공개·중재 등 정보 흐름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정보보안감독국과 같은 감독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국가기관들이 비밀관리와 정보공개의 균형을 찾아가도록 제3의 조직이 관리·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최초 비밀을 생산하고 분류할 수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은 비밀을 생산하고 분류할 수 있는데 군에서만 수만명의 군인들이 비밀을 생산할 자격이 있다. 이 때문에 비밀생산을 남발할 수도 있고 악의적으로 직무상 자신의 업무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밀로 분류하거나 중복 비밀분류를 할 가능성도 높다. 미국의 경우, 닉슨 행정부 시절 CIA 내의 1급 비밀분류권자의 수가 5,100명에서 1,860명으로 감축되었다. 비밀분류제도가 관료들의 행정상 오류를 은폐(隱蔽)하거나 행정부의 난처한 상황 회피 등의 도구로 이용되지 않기 위해 닉슨 대통령이 비밀기록관리제도를 개혁한 결과이다. 미국은 2017년 기준 최초 비밀 분류권자가 총 1,867명이고, 3급 비밀을 분류할 수 있는 사람은 채 100명도 안된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비밀을 생산할 수 있는 비밀분류기관과 생산권자를 대폭 축소하고 비밀생산의 남발을 중첩 감시할 수 있는 감독 매카니즘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소위 방산비리는 상당부분이 비밀관련 사고이다.

 

우리 국민은 정부기관을 상대로 항상 정보의 빈곤을 느끼며, 기업들의 대관업무는 정부기관의 정보획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튼튼한 도성에 도둑 하나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거대한 성벽을 만들고 겹겹이 문을 걸어 잠그면 성안에서 전쟁이 나고 불이 나도 밖에서는 알 수가 없다. 성이 불타버리고 나서야 성 밖에서 알 수 있게 된다. 적절한 정보 흐름과 교류가 성을 강하고 살기 좋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튼튼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올바른 비밀관리 감독기구를 만들도록 시민단체와 기업이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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