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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Korea Forum 뉴스레터] [제7호]정치인 출판기념회,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작성자 : TI-Korea(ti@ti.or.kr)  작성일 : 2023-03-31   조회수 : 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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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4.3. 제7호

 

 

 

정치인 출판기념회더 이상 방치할수 없다

 

 

 
 
임한규 한국투명성기구 정책위원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반부패운동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는 지난 1312022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발표에서 우리나라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2위로 중하위권 수준으로 평가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K-POP, K-FOOD, K-Culture 등 여러 분야에서 도달한 세계적인 수준의 위상과는 상반된 내용이며 우리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필자는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자원봉사를 해오면서 우리나라의 투명성이 여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관찰해 왔다. 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이 투명하고 청렴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의 상층부인 윗물이 맑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사회구조의 상층부인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뇌물의 통로로 작용되고 있다면, 국가 청렴구도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것이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정치인이 돌파구로 삼는 것이 바로 출판기념회. ‘을 매개로 지지자를 끌어 모아 세 과시를 할 수 있고, ‘책값명목으로 이른바 비공식 후원금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에서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소위 음성화된 책값인 봉투. “책 한 권 가격은 2만원 이내에 불과하지만, 현장에서는 책값의 몇 배나 되는 금액으로 구매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 정가는 1~2만 원 정도지만, 출판기념회에선 이보다 많은 금액을 내는 게 관례로 굳어져 참석자들의 발걸음은 가볍지 않다. 현장에서는 봉투에 얼마를 넣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공무원과 기업인들이 자주 목격된다. 참석자 상당수가 책정가보다 몇 배나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 일부는 뇌물성으로 여길 수 있는 거액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어느 대선예비후보 출판기념회에 초대받아 참석한 적이 있다. 그 분은 지역에서 군수와 도지사를 지내고 중앙 정치권에 진입한 거물급 정치인이다. 행사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주차장엔 지역에서 상경한 전세버스가 여러 대 주차하고 있었다. 아마 지역의 지지자들까지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행사장 입구엔 책 판매대가 여러 대 설치되어 있었고 모두들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놀라운 장면은 책값이라고 볼 수 없는 두터운 봉투가 전달되고 심지어 신용카드 결재단말기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행사장이 너무 복잡하여 많은 참석자는 자신의 이름이 기명된 돈 봉투만 전달하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필자가 생각한 단순한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대선 후보출정식 같은 분위기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진리중에 진리라고 한다. 출판기념회에서 거액을 제공한 사람은 그 순간 해당 정치인과 암묵적 거래관계가 형성되고 언젠가는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게 되어있다. 결국 그 정치인의 정치활동은 돈의 노예로 퇴락하여 소신 있는 정치활동이 어렵게 된다. 과거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침몰 등 초대형 사고들의 원인이 특정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총체적 비리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건설 현장이나 선박운항에는 인허가를 포함한 상호관계가 존재하며 먹이 사슬의 최고 상층부는 국회나 지방의회이다. 국민의 대표가 공직을 수행함에 있어서 정의롭지 못하면 그 파장은 점점 확대되어 궁극적으로 어디엔가 심각한 문제로 나타난다.

 

사실 국회 내에서도 이런 고질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한 전례가 있다. 특히 2014년 12월 국회의원 153명의 명의로 발의된 정치인출판기념회 금지법이 침묵한 다수에 의해 좌초되고 말았지만 상당수 국회의원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개선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최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정치인 출판기념회를 폐지하거나, 책값을 정가로 받게 하자는 주장을 무겁게 받아 들여야 한다. 노위원장의 이런 주장은 정치인 출판기념회가 공명정대한 선거를 저해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수익금은 모금 한도나, 구체적인 내역의 공개 의무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

 

출판기념회를 빙자하여 돈을 뜯고 이로 인해 부정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은 정치인들은 퇴출시켜야 한다. 이와 같은 구태를 용인하면서 깨끗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희망하는 것은 연목구어 격이다.

 

그간 우리사회는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투명성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여 왔고 부정정탁금지법,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제정하여 사회 각계각층이 상당히 정화된 것은 사실이다. 차제에 사회구조의 상층부 비리 개연성 부분도 과감하게 수술하여 건강하고 투명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2024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의도 진출을 꿈꾸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투명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국회는 하루빨리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제안과 2014년 입법안을 기반으로 정치인 출판기념회의 문제점 해결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여 대한민국 투명성을 한 단계 높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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